Q 방어기제들이 너무 헷갈려요. 예를 들어 설명해주세요.
A 자아의 핵심기능은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외부 자극과 내부 충동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보존하고자 ‘방어’하는 데 있으며,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방어기제입니다. 여기서는 사례를 중심으로 방어기제를 이해하는 연습을 해보겠어요.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어요. 어떤 하나의 행위가 명확한 한 가지 방어기제로 딱 떨어지지 않고 여러 방어기제가 혼재한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거세불안을 겪고 있는 남근기 유아를 생각해볼까요?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어떤 방어기제를 쓰죠? 동일시나 반동형성과 같은 방어기제를 사용하죠. 그런데 남자아이가 동성의 부모, 즉 아빠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방어기제는 이미 그 안에 자신의 공격적 충동을 억압했음을 포함하고 있죠. 대부분의 방어기제는 기본으로 억압이라는 방어기제와 함께 사용되죠. 그래서 억압을 가장 일차적인 방어기제라고 해요.
방어기제가 중복되어 나타나는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강박적으로 손을 씻는 행동을 생각해보죠. 이것은 ① 자신에게 죄책감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공격적 충동이나 성적인 충동을 일단 자신의 신체부위인 ‘손’으로 옮겨놓고, ② 그 손을 강박적으로 씻어 깨끗하게 원상복귀시키고자 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불안의 근원이 되는 충동을 다른 대상에게 옮겼다는 점에서 ①은 전치 방어기제에 해당되고, 그것을 씻어 원래대로 깨끗해지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②는 취소(원상복귀) 방어기제에 해당돼요. 다시 말해서 강박적으로 손을 씻는 행동은 전치와 취소 방어기제를 모두 포함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례들도 연습을 해볼까요?
① 처제에게 매력을 느끼는 남자가 아내를 위해 선물을 사는 경우
② 남편이 바람을 피워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우며 과잉보호하는 아내
③ 지독하게 가난하다가 형편이 나아진 직후 지병으로 아내가 사망하자 재산을 자선사업에 바치고 가난하게 사는 남자
④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성이 입양을 하는 경우
먼저, ①은 어떤 방어기제에 해당할까요? 이것은 남자가 자신의 욕망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인 아내를 위해 선물을 삼으로써 아내가 입은 피해를 원상복구하려는 행동에 속해요. 그래서 취소 방어기제에 해당합니다. 취소 방어기제의 핵심은 자신의 욕망의 피해 당사자가 입은 피해를 복구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②는 어떤 방어기제에 해당할까요? 마음속에는 원망과 분노 등의 공격적 충동이 많을 텐데 겉으로는 그것과 정반대인 과잉보호로 표현하고 있어요. 이렇듯 마음속 충동과는 정반대로 표출하는 것을 반동형성이라고 하죠.
③은 어떤 방어기제에 해당할까요? 아내가 살아있을 땐 아내를 고생시키다가 아내가 죽고 나니 혼자만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컸나보네요. 그래서 그 죄책감을 씻으려고 먹고 살 만한데도 사서 고생을 하는 경우죠. 이것은 무의식의 죄책감을 씻기 위해 사서 고생하는 상환 방어기제의 예에 해당됩니다. ④를 생각해볼까요? 아이를 갖고 싶은데 못 갖는 데서 오는 절망감이 너무 커서 마음이 힘들었나 봐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슷한 것을 취하는 것은 바로 대리형성 방어기제에 해당됩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죠? 이것도 바로 대리형성 방어기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속담이랍니다. 대리형성과 잘 구분해야 할 방어기제가 바로 전치 방어기제예요. 대리형성은 ‘가질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것을 취하는 게 포인트라면, 전치는 표출해도 덜 위험할 것 같은 대상에게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는 방어기제입니다. 아빠에 대한 분노를 아빠한테는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개를 발로 찬다거나 부장한테 혼난 뒤, 부하직원에게 화를 내는 경우는 대리형성이 아니라 전치 방어기제에 속합니다. 헷갈리지 마세요.
다른 사례들도 연습을 해볼까요?
⑤ 무의식적으로 바람을 피우고 싶은 욕구가 강한 부인이 남편의 바람기를 의심하는 경우
⑥ 시험을 잘 치지 못한 학생이 “시험문제가 너무 황당했어”라고 말하는 경우
⑦ 일주일 전에 당했던 성폭행 사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마치 남의 얘기를 하듯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여성
⑧ 불치병에 걸려 며칠밖에 살 수 없는 환자가 장래계획을 세우는 경우
⑤의 경우 바람기는 자기 마음속에 있는데 되려 남편한테 바람기가 있다면서 의심을 하는 거예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내 마음속에 있다고 하지 않고 남의 마음속에 있다고 하는 것은 투사예요. 내가 춘자를 사랑하는데 춘자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거나, 내가 춘자를 미워하면서 되려 춘자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모두 투사 방어기제에 해당합니다. ⑥도 투사에 해당됩니다. 시험을 잘 치지 못한 건 내 탓인데 내 탓이 아니라 시험문제 탓이라고 하죠. 이렇듯 어떤 감정이나 문제가 내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대상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투사라는 것 잊지 마세요. 특히, ⑥의 투사는 시험을 못 본 자기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니까 넓게 보면 합리화에도 해당되겠지요?
⑦은 어떤 방어기제에 해당될까요? 고통스런 기억을 이야기할 때 감정을 떼어내 버리고 사건만을 생각해내는 방어기제, 즉 유리(격리/분리) 방어기제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사회복지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하시다 보면 이런 유리 방어기제를 사용해 극심한 심리적 고통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⑧의 사례는 자기 생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 엄연한 사실을 의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의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고, 아직 살아야 할 날들이 많은 것처럼 생각하고 장래계획을 세우는 경우예요. 이렇듯 의식화하면 너무 괴로운 생각이나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여 자신을 불안과 고통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은 부정 방어기제에 해당됩니다.
설명이 너무 길었죠? 방어기제의 예가 너무 많아서 암기하는 게 많이 힘들 테지만, 여러분 스스로가 사용해 본 적 있는 방어기제는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면서 자기통찰과 함께 병행해 공부하면 이해하기가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