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중년기의 위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그리고 ‘빈둥지증후군’, ‘샌드위치 세대’, ‘역할전도’ 등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세요.
A 중년기는 남녀 모두 생물학적·사회적 및 직업적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이며, 가족주기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자녀들은 하나씩 가정을 떠나고, 고령이 된 부모를 모셔야 하는 책임을 맡죠. 남성들은 신체적 노화와 직업에서의 성공 여부로 그리고 여성들은 자녀의 독립과 폐경이라는 생물학적 변화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또한 부모역할의 감소와 함께 자신이 직면하는 노화와 죽음에 대한 지각은 남녀 모두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중년기 위기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입장 차이가 있어요. 어떤 학자들은 중년기 특유의 위기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어떤 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에릭슨이나 레빈슨과 같이 자아의 발달에 관심을 갖는 심리학자들은 중년기 성인들은 자아의 성장이나 욕구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에 중년기 특유의 위기를 겪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일례로 우울증을 포함하는 정서장애들은 성인기 동안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예요.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은 30대에서부터 60대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2배 정도 우울증에 더 많이 걸린다고 해요. 여성들은 자녀에 대한 염려, 남편이나 노부모에 대한 걱정과 함께 자기실현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에 대해 회의하고, 이제 무엇을 할 수 있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남성들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겪는다고 해요.
중년기 동안 위기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변화를 경험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도 있어요. 이런 입장을 과도기모델(transition model)이라고 하는데, 이 모델은 중년기 동안 각 개인이 여러 사건이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년 성인들은 중요한 인생변화에 대해 미리 예상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위기를 경험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즉, 중년기는 점진적인 변화의 시기로 경험될 뿐 성인들은 이 시기를 특별한 위기로 지각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중년기 위기와 관련된 용어들이 있어요. 빈둥지증후군, 샌드위치 세대, 역할전도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단히 정리해볼게요. 50대 중반 이후에는 성인 자녀들이 결혼하여 집을 떠나 독립하기 때문에 중년기 부부만 남는 시기로, 자녀들이 집을 떠난 후 부부만 남는 상태를 빈둥지시기라고 해요. 이런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남성은 사회생활과 직장 일로 바쁜 반면에, 여성은 직업이 없으면 하루 종일 집에만 있게 되고 자신이 살아온 과거에 대한 삶의 회한과 후회를 느끼는 경우 소외감과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게 돼요. 갱년기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상태가 이 시기에 많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라고 합니다.
한편, 중년기 부모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들에 대한 부모역할 이외에 노부모에 대한 자녀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해요. 즉, 청소년 자녀는 오직 자녀로서의 역할만 수행하면 되고, 가장 윗세대인 노부모는 부모로서의 역할만 수행하면 되지만, 중년세대인 장년기 사람들은 부모역할과 자녀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해요. 이러한 중년기의 특징을 이르는 말이 바로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예요.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역할전도’란 말이 있죠? 이 말은 중년기에 자녀가 노부모를 보호하는 것을 가리켜 부모-자녀 간의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것에 초점을 둔 표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