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핵가족 정서과정과 정서적 단절, 다세대 전수과정 등이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보웬이론의 주요 개념이 총동원되어야 하는데 차근차근 다시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분화란 ‘자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힘’입니다. 따라서 자아분화는 개인의 지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을 분리하는 능력이며 자신과 타인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따라서 자아분화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사고가 잘 분리되어 균형을 이루고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분화는 사람이 극단적인 반응에 사로잡히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따라서 자아분화가 낮은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두 가지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하나는 정서적 융합이고 하나는 정서적 단절입니다. 정서적 융합은 타인과의 심리적 경계가 모호한 것입니다. 반면, 정서적 단절은 극심한 정서적 분리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동전의 양면 같아서 정서적 융합이 심하면 정서적 단절도 심하게 됩니다. 미분화된 개인은 정서적 융합이나 정서적 단절 두 가지 중 하나의 양상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아분화의 결과 정서적 융합이 생긴다거나 정서적 단절이 생긴다는 표현이 교재에 나옵니다.
자, 이제 분화, 자아분화, 정서적 융합, 정서적 단절이라는 개념이 모두 이해되었지요? 그렇다면 핵가족 정서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핵가족 정서과정 개념을 보면 핵가족 정서과정이란 해소되지 못한 불안들이 개인에게서 가족에게로 투사되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핵가족 정서과정의 핵심은 미분화된 개인은 가족을 형성해서 다시 정서적 융합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화살표로 설명하면 개인→가족입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원가족에서 미분화된 개인은 부모와 정서적 융합을 보일 수도 있고 정서적 단절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와 정서적 단절이 생긴 개인은 가족과의 정서적 접촉을 회피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소외에서 오는 불안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또 다른 융합을 초래하게 됩니다. 즉, 자신의 부모와 정서적 단절이 생긴 개인은 결혼을 하여 자신의 가족과 정서적 융합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핵가족 정서과정’이라고 합니다. 개인의 불안을 처리하기 위해 가족을 형성하여 정서적으로 융합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가족투사과정은 무엇일까요? 가족투사과정은 부부가 불안이 증가될 때 자신의 미분화된 정서문제를 자녀에게 투사하는 것입니다. 화살표로 나타내면 부부→자녀입니다.
위에서 말한 핵가족 정서과정과 화살표가 좀 다르죠?
또한 다세대 전수과정은 자아분화 수준이나 정서적 융합, 삼각관계 같은 것이 해당 세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서 계속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내 문제는 나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나는 나의 문제를 결혼하여 다시 자녀에게 투사하는 것이고 투사대상이 된 내 자녀는 결혼하여 그 문제를 그의 자녀에게 다시 투사하는 과정이 세대를 이어 계속된다는 것입니다.